‘고양이 책방’이라 하면 어떤 상상이 떠오르시나요? 고양이가 있는 책방, 고양이 관련 책만 파는 책방. 그런데 고양이 책이 서점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을까요? 성북동 ‘고양이 책방’ 책보냥(@chaekbonyang)에 찾아가 보았습니다.

그래, 이왕 할 거라면 일단 시작부터 하고 보자. 그렇게 책보냥을 열게 되었어요.

이곳(책보냥)을 원래 디자인 작업과 고양이 사진, 그림 활동을 위한 사무실 겸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예전부터 갖고 있던 책방에 대한 동경을 코로나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망설이다가, 지금은 강릉으로 옮겨간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 동물 관련 책만 출간하는 ‘책공장 더불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출간하는 ‘오후의 소묘’ 대표님들의 조언들과 도움, 그리고 주변 친구들의 응원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책보냥은 고양이 말투로 “책을 보니?”라는 뜻과 ‘책보자기를 맨 고양이’라는 뜻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처음 책방 이름을 지을 때 ‘무면허 진료소’라고 하려고 했어요. 반려동물들이 사람을 직접 치료해 주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분명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반려동물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받잖아요. 그러니 반려동물들에게 의사 면허는 없어도 의사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이 공간에 오면 고양이에 관한 책과 그림, 사진, 굿즈가 가득하고, 심지어 고양이들도 있으니 이곳에 발을 디디는 순간 힐링이 될 거야, 그래!" 이곳을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게 책보냥을 준비하며 세운 첫 번째 목표였어요. 제가 내린 ‘고양이 책방’의 정의이기도 하고요.

‘하로’는 일곱 살이에요. 제가 구조한 아이죠. 동생 ‘하동’이는 다섯 살이고 입양한 아이예요. 이전에도 고양이를 키웠는데, 지방에 내려갈 일이 있어서 후배에게 맡겼다가 돌아오니 후배가 정이 들어서 못 보내겠다고, 안 돌려주는 거예요. (웃음) ‘고담’이라는 이름의 그 아이도 벌써 열다섯 살이 되었겠네요.

제 본업은 시각 디자인이에요. ‘자작나무디자인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책과 브로슈어를 만들고 CI, BI 같은 로고와 브랜딩도 하고요. 코로나로 한창 힘들었던 2020년 8월경에 책방을 하기로 마음먹고 준비를 시작했고, 10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노래 가사를 떠올리며 10월 31일부터 책방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코로나로 어수선한 시기였지만, 책방이 오랫동안 지속해나가려면 천천히 묵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2, 3년 정도는 묵혀야(지나야) 책방으로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 기간을 어떻게든 버텨 보자가 아니라, 그 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과 준비들로 책방이라는 특수한 공간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거치자, 그래야 본격적으로 책방이 시작되는 거라 생각한 거예요. ‘묵힌다’라는 표현은 이곳을 오랫동안 운영하고 싶은 저의 다짐이기도 하구요.

3월에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고양이를 통해 도시 생태 문제를 모색하고 성찰하는 작품이에요. 이 영화 시사회 무대 인사에서 정재은 감독님이 “고양이도 고양이지만 고양이를 보살피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해들었어요. 최근 몇 년 동안 길고양이들에 대한 영화가 많이 개봉되었는데요, 돌이켜보니 모두들 다양한 목소리와 다양한 시선으로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공감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고 할까요? 귀엽다, 예쁘다, 지저분하다, 싫다… 등의 여러 감정을 넘어 이제는 함께 살아가고 보살펴야 할 대상으로서 바라보기 시작한 거지요. 실제로 책방을 찾아주신 여러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그런 변화를 바로 느낄 수 있고요.

저는 길고양이를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길 위의 고양이들이 우리들의 동네에서, 골목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실제로 그 부분을 위해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구요. ‘고양이 책방’이라는 정체성 덕분에 고양이를 좋아하고 고양이들의 생존과 그들과의 공존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그분들 중에는 직접적인 활동을 하시기도 하고, 책이나 영화를 만들기도, 지하철이나 버스 광고를 통해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세요. 서로 공감하고 공존하기 위한 노력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책보냥도 이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까 늘 고민하고 있어요.

브릭스에서 에세이 전문 브랜드 ‘여분의책방’을 만들었습니다. 책으로 책우는 여분의 시간. 그 첫 번째 에세이로 『진실한 한 끼』를 선보입니다. 직장인들의 점심 한 끼, 지친 마음을 채우고 위로하는 그 소중한 시간에 대한 진심 어린 감회.

“오늘 당신의 점심은 진실한 한 끼였나요?”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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